K-노마드 입니다

현재 프랑스 니스에 살고, 그전에 태국 방콕에서 6년을 보냈어요. 장소에 구속받지 않는 삶을 꿈꾸는 노마드 입니다.

프랑스 팍스(PACS) 두번째 거절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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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체결을 두번째로 거절당했다. 프랑스 행정의 고통을 많이 당했지만 이만큼까지 올줄이야. 어느 누군가가 나와 같은 상황을 같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 이렇게 글을 쓴다.

나랑 내 파트너는 팍스세레모니 날짜를 잡아놔서 양가 부모님, 가족들이 모~두 그 날 모이기로했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를 만든지라 이 팍스 세레모니는 해야만 한다. 싸인을 해야만한다. 그치만 이게 이렇게 힘든것이었다니.

본인은 니스에 거주중이라 7월 여름 휴가를 틈타 파리 한국대사관에 다녀왔다. 가족증명서, 기본증명서, 결혼증명서, 관습증명서 신청해서 일주일 뒤에 니스에서 우편으로 받았으며, 대사관 홈페이지에 리스트 되어있는 공인번역사 분들중 한분을 통해 번역공증까지 완료했다.

시청과의 첫 랑데부

시청과의 첫 약속은 9월 초. 파트너와 손잡고 신나게 갔다. 회사에서 4일 특별휴가도 주는 지라 회사도 쉬는날이고 둘다 멋지게 차려입고 아침 9시30분 랑데부 시간에 맞춰서 갔다. 여자분 한분께서 우리의 서류를 검토하셨는데,

“아포스티유가 없네요”

대사관에서 Legalization stamp 직접 받아왔으므로, 대사관 홈페이지에도 “대사관에서 직접 발급받은 증명서에는 ‘아포스티유’에 해당하는 인증도장을 찍어드리므로 별도로 아포스티유를 신청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라고 적혀있다. 이렇다 저렇다 설명을해도 대답은 “Non”. “당신은 Coree du sud 사람이고 내 데이터베이스에는 아포스티유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라는 말뿐이셨고 그렇게 우리는 그냥 집으로왔다.

얼마나 화가 났던지. 그럼 우리 세레모니는 어떡하지. 회사 특별휴가는 이미 썼는데 뭐라고하지. 또한 멘붕을 떠나서 이 “행정업무”라는 것에 대해 아무것도 할수 없고 그 시청관계자분 앞에서 아무말도 못하고 쪼그라지는 내자신이, 그 상황 자체가 너무 싫었다. 그래 아포스티유는 필요한건데 나의 불찰이지뭐. 내가 잘 못알아본 탓이야. 다시하면 돼. 그치만 내가 시간과 돈을 투자해서 파리까지가서 대사관 관계자분들앞에서 또 쪼그라들면서 서류 신청한건? 신청하고 우편을 기다리며 안오면 어떡하지, 잘 못되면 어떡하지 걱정했던 그 시간과 감정들은 어떻고? 내 파트너는 프랑스 사람으로써 출생증명서만 필요하였는데, 그걸 신청해서 우편으로 받아야하는데 3주가 걸려도 안와서 출생지 시청에 전화하니까 다시 보내주더라. 이거 기다리는데 1달 소요한건 어떻고? 니스시청에 랑데부 잡는데 1달 소요한건 어떻고? 2달이 넘어서야 드디어 랑데부를 잡았는데 거절? 그럼 유효기간이 3달밖에 안되는 나의 서류들은? 언제 또 랑데부를 잡을수 있는건데?

집 돌아오자마자 분노의 클릭질로 조사해본 결과 다행히도 아포스티유를 온라인에서 쉽게 출력 할 수 있었다. 다시 파리에 가야하나 정말 걱정했었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아포스티유도 번역을 해야하나요?” 공인번역사분께서는 일반적으로는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하셨고, 시청에다 직접 전화해보니 번역이 필요하다더라. 그럼 어떡해? 해야지 뭐. 공인번역사분께 번역을 부탁드렸고 기존 공인번역 날짜 다 업데이트해주시고 아주 신속하게 잘해주셨다. 그렇다면 이제 다시 시청과의 랑데부를 기다려야지.

두번째 랑데부를 잡아놓고 정말 ‘우연히’ 발견한 대사관 게시물: “5.12 부터 대사관 직접발급 공문서에는 아포스티유를 받으실 필요가 없습니다.” 상세보기|공지사항 주프랑스 대한민국 대사관 . 오래된 게시물이지만 내가 맞았네? 이건 아예 나라간 외교부 레벨이잖아? 이 서류도 출력해서 두번째 랑데부에 갔다.

시청과의 두번째 랑데부

대사관에서 받아온 서류들의 3개월 유효기간이 끝나는 바로 그 날이었다. 이 유효기간 때문에 사정해서 제발 오늘 전으로 약속 잡아달라고 부탁을해서 잡은 날짜. 이번에는 무덤덤하게 갔다. 첫번째 랑데부에서 감정소모를 많이 했기에, 세상에는 내가 컨트롤 할수 없는 것이 많아, 더군다나 프랑스 행정은 받아들이고 입닫고 묵묵히 해야겠구나 라는 심정으로. 또 뭐가 잘못 될 수도 있을거야, 거절당하면 또 랑데부 잡아야지뭐. 이런 마음으로 심호흡 많이하고 갔다.

저번에 우리 서류를 봐주시던 그 시청 관계자분이었다. 몇 주전에 거절당한 우리를 당연히 아시고, 또 무덤덤한 서류 스크리닝시작. 아포스티유 ‘원본’ 있고, 대사관에서 따온 서류들 ‘원본’ 있고, 공인번역본도 있고, non-pacs certificate 있고, 관습 증명서 있….. ?

“번역본 원본이 없네요”

“관습 증명서에 본인 이름이 없네요”

응? 네? 뭐라고요?

가족증명서, 기본증명서, 결혼 증명서를 아포스티유와 같이 번역한 ‘번역본의 원본’이 필요하댄다. 아니 그러면 처음 만났을때 얘기해줬어야지!!!!!! 왜 지금 얘기하냐고!!!!!!. 오케이 그래 이건 내 불찰이다 치자 (번역도 원본이 필요하다고 그럼 명시를 해주던가). 관습증명서에 내 이름이 없어? 관습증명서는 대사관에서 때온 대한민국에는 결혼이라는 관습이 존재한다 라고 증명하는 서류이다. 아니 내 이름이 필요하면 그건 결혼증명서지! 여기 결혼증명서 있어요 (결혼증명서는 니스 시청에서 요구한 서류가 아니었다. 그치만 혹시 몰라서 다 준비를 해놨었다.)

“이 증명서는 당신이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적혀있는데, 당신이 ‘싱글’이라는 증명서는 없나요?”

뭐라고요?? 네??????

여기서 진짜 내가 멘붕이 왔다. 그냥 말이 안나와서 표정도 관리가 안되고 벙어리가 됐다. 이 사람은 그냥 내가 싫은건가? 니스는 우파가 많다던데 이 사람은 정치적인 성향을 지금 나에게 펼치는 것인가? 프랑스는 내가 있을 곳이 아닌가? 이 나라는 나를 받아주지 않는건가? 내 파트너도 그닥 살고 싶어하지 않는 프랑스에 이만큼이나 있고 싶은가? 회사 밖에 나오면 나는 외노자 취급만을 받는 것인가? 별의 별생각이 나면서 나는 벙어리가 되었다. 유창하지 못한 불어는 입 밖으로 나오지도 않았고 들리지도 않았다 그냥 멍-.

내 착한 남자친구. 그렇게 내가 그 전부터 울고불고 그지같은 프랑스행정이라고 욕을 해도 괜찮다고 괜찮다고, 프랑스 원래 이렇다고 나를 달래주던 그 이도 엄청 화가나 얼굴이 시뻘게져 내 옆에서 관계자분께 설명을 하는데, 그냥 다 포기하고 뛰쳐 나가고 싶었다. 최후의 카드로 들이밀었던 ‘프랑스 정부측 서한 사본‘도 소용이 없었다.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내 데이터베이스에는 이렇다고 나와있어요” 라는 말뿐. 그렇게 우리는 시청 밖을 또 터덜터덜 나왔다. 마지막 킬포가 그 와중에 웃겼는데, 내 파트너, 얼굴은 시뻘건데 썩소 웃음을 잃지않으려고 애쓰며 그 시청관계자에게 하는말:

“Bonne journée (좋은하루 보내셈)”

그렇게 또 거절당했다. 이번에는 무덤덤하다. 분노보다는 짜증이 나지만. 결혼증명서 외에 내가 싱글이라는 증명서 따위는 없으므로 결혼증명서와 관습증명서로 밀어 붙일것이고 (싱글증명서가 “있으면” 가져오세요, 서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라는 말만 들었을 뿐이니까). 다행히도 대사관에서 받아온 세 서류 (기본증명서, 가족증명서, 결혼증명서)들은 한국에서 받아온 것이므로 6개월간 유효하단다 (휴). non-pacs certificate 는 유효기간이 3개월이 넘어서 service-public.fr 에 다시 신청해 놓은 상태이고. 번역본 원본도 공인번역사 분께 우편을 부탁해 놓은 상태이다.

어디까지 가려나. 다음 랑데부에는 할 수 있을까? 가족들 다 오는데 팍스 세레모니 못할수도있겠다. 그럼 그냥 우리끼리 집파티 레스토랑파티 하지뭐! 다음 블로그를 웃는 얼굴로 쓸수 있길! 긍정마인드야 솓아나라. 제발.

프랑스에서 팍스 예정이신 분들에게:

  • 팍스서류를 준비하실때, 꼭 본인 시청에 무엇이 필요한지 “자세하게!” 물어보세요. 블로그 (물론 지금 이것도 블로그이지만), 누군가의 후기만 믿고 가시면 안됩니다. 프랑스 행정은 케바케 싸대펑이니까요.
  • 조금의 일말의 질문이 있다면 바로 시청에 문의할것. 그리고 그 사람들이 시키는 데로 해야합니다.
  • 아포스티유. 준비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혹은 그렇게 생각 하고 준비하는 것이 맘편합니다)
  • 아포스티유 번역을 해와야 한다고 했지만 결국엔 그거 아포스티유 번역은 쳐다보지도 않았습니다. 원본만 보더군요.
  • 투비 컨티뉴 ….

“프랑스 팍스(PACS) 두번째 거절당하다” 글에 댓글 1개

  1. 프랑스 팍스 체결 후기 (3번째에 드디어 성공) – K-노마드 입니다 아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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